우리 아이의 키를 크게 키우고 싶다는 염원은 부모라면 한 번쯤은 마음에 품어 보셨을 겁니다. 특히나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면 매년 학기 초 공식적인 키 측정이 이루어지면서 또래와의 비교가 뚜렷해지고, ‘우리 아이가 반에서 앞에서 몇 번째라더라’는말이나 ‘또래 친구들보다 머리 하나가 작다’는 식의 평균보다 작은 키에 대한 불안이 쉽게 시작되곤 합니다.
‘사춘기가 너무 빨리오면 최종 키가 작아진다던데!’키를 키워주는 효과가 잘 알려진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는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 부담감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 큰 비용 부담 때문에 최근 상대적으로 치료가 어렵지 않은 성조숙 증 치료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습니다. 그 결과 최근 5년 동안 성조숙증으로 병원을 찾는 아이들이 72%나 급증하였습니다. 우리 아이의 사춘기, 그 자체에 대한 부모님들의 관심이 늘어나는 현상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의 사춘기는‘모르는 게 약’이 아니라, 관심을 두고 ‘지켜봐 주어야 하는 발달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면 부모님들의 관심이 학업적인 면으로 많이 쏠리면서 키를 빼고는, 정작 우리 아이의 신체적인 변화에 대해서는 무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등학교 시기가 사춘기 발현이 시작되는 가장 중요한 시기임에도 말입니다. 그래서 사춘기 증상을 인지하고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나이에 비하여 한참 진행되어 버린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춘기가 병적으로 빨라지는 것의 문제는 비단 키 때문만은 아닙니다. 또래 친구들과 신체 발달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또래 관계가 중요한시기에 학교에서 아이들은 정신/심리적인 어려움도 겪게 될 수있습니다.
※ 성조숙증의 의심 증상
• 여아 : 만 8세 전에 유방 발달 혹은 음모 발달, 이전보다 성장 속도가 급격히 증가
• 남아 : 만 9세 전에 고환 크기 증가(4ml 이상) 혹은 음모 발달, 이전보다 성장 속도가 급격히 증가
사춘기는 빠른 것보다야 천천히 오는 것이 좋지만, 그래도 적절히는 와야 합니다. 오히려 사춘기가 제대로 오고 성호르몬이왕성히 분비되어야 비로소 2차 급성장기가 시작되며, 이 시기에 남녀의 차이는 있지만 대략 연간 7~12cm 정도 키가 잘 크게 됩니다. 즉, 문제는 사춘기, 그 자체가 아니라 사춘기의 시작 시기와 속도입니다.
여아에서 중추성 성조숙증으로 만 8세 이전에 조기 진단되어 치료를 시작한 경우 최종 성인 키가 평균 5.1cm정도 더 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치료 시작 전 이미 골 연령의 진전이 심하고 급격히 진행하는 중추성 성조숙증(Rapidly progressive precocious puberty)의 경우에는 치료로 인한 키의 이득이 현저히 적어지게 됩니다. 반대로 약간 빠른 정도의 조발 사춘기(여아의 경우 만 8~9세, 남아의 경우 만9~10.5세에 사춘기 시작)이거나 중추성 성조숙증이어도 진행이 느린 경우(Slowly progressive precocious puberty)라면 초경 시기도 빠르지 않고, 키 손실도 없을 수 있어 꼭 치료가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즉, 사춘기가 또래보다 더 빨리 왔다고 무조건 늦춰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정 연령 이후에는 중추성 성조숙증 치료를 지속하더라도 의미 있는 최종 성인 키 증가가 관찰되지 않았으며, 여아의 경우 골 연령 13세 이후의 치료는 최종 성인 키에 부정적인 연관성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따라서 성조숙증 치료의 핵심은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를 통해 사춘기를 제때, 적절한 속도로 오게 도와주는 것입니다. 또한, 2025년 1월 1일부터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기준이 강화되어, 중추성 성조숙증 치료에 사용되는 GnRH 작용제(GnRHagonist)의 보험 적용이 더욱 엄격하게 제한되었습니다. 이에따라 치료 시작 전보다 정확한 진단과 전문가의 판단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때를 놓치지 않고 잘 치료받기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의 신체 발달에 대한 부모님들의 관심입니다. 사춘기 변화를 감추거나 부끄럽게 여기지 말고, 초등학교 자녀를 둔 부모라면 적극적으로 우리 아이의 사춘기 징후를 살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