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는 자궁처럼 여성만 있는 장기로 10대에 활성화되기 시작하여 폐경기까지 여성호르몬을 만드는 곳입니다. 크기는 2-4cm로 작은 장기지만 수백만 개의 난자를 갖고 있어 규칙적으로 난자를 방출합니다.
이 시기를 배란기라고 하는데 이때 난소 출혈이나 난소 낭종이 잘 생기고 배란통을 만듭니다.
배란 무렵 생긴 혹을 기능적 또는 생리적 낭종, 황체라고 하며 전체 난소 낭종의 절반 가량을 차지합니다.
난소 조직은 여러 세포로 분화가 잘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종류의 혹이 생깁니다. 이런 종양은 보통 증상이 없어 조기 진단이 어렵습니다.
크기가 커져 주위 장기를 누르고 통증이 생기면 비로소 병원에 찾아가 발견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최근 이런 문제로 본원 응급실에 방문한 두 분의 여성을 소개합니다.
글 분당제생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양가영
환자 1. 기형종의 염전
21세 여성이 3시간 전부터 갑자기 아랫배가 아프고 구토가 있어 창백한 얼굴로 응급실을 방문하였습니다. 주기적으로 아프다 안 아프다를 반복하는데 아플 때는 칼로 도려내는 것 같다고 합니다. 오른쪽 아랫배를 누르면 심한 통증을 호소하였습니다. 골반 초음파검사 결과 오른쪽 난소에 8*6cm 크기의 낭종이 보이며 비정상적으로 자궁과 방광 사이에 위치하여 난소 종양이 꼬여 있는 것으로 의심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난소 난관으로 가는 혈관이 막혀 산소 공급이 안 되고 결국 난소 난관을 불가피하게 제거할 수도 있는 상황으로 응급 복강경수술을 진행하였습니다.
수술시 복강 내 혈액이 고이고, 우측 부속기는 어른 주먹만한 크기로 두번 꼬여 보랏빛으로 땡땡 부은 상태였습니다. 꼬인 것을 풀어 보니, 난소 종양을 포함한 표면 색깔이 여전히 어두운 잿빛으로 정상 색깔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미 손상된 조직으로 판단하여 보호자에게 설명, 동의를 구한 뒤 안타깝지만 우측 부속기 절제술을 하였고 낭종에서 머리카락과 피지 등이 나왔고 조직 검사 결과 기형종의 염전으로 보고되었습니다.
난소 기형종은 낭종 내 머리카락, 피지, 연골, 치아, 피부 조직 등 기형적인 조직이 포함된 혹입니다.
대부분 가임연령에서 발생하는 양성 질환으로 10%에서 양쪽 난소에 생기고, 드물게 악성 종양으로 변합니다. 크기가 작으면 증상이 없으나, 약 6-7cm 크기가 되면 염전이 잘생기고 매우 심한 통증을 만듭니다. 아마도 낭종 안에 함유된 지방조직이 상대적으로 가벼워 환자가 움직이는 자세에 따라 복강 내에서 자유로이 움직이다가 꼬이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진단되면 복강경으로 낭종 제거술을 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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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반 내 주위 조직과 유착이 흔하여
염전이 잘 일어나지 않는 대신 생리통, 성교통,
만성 골반통 등을 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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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2. 자궁내막증
25세 미혼 여성이 한 시간 전부터 갑자기 심한 복통이 생겨 응급실을 방문하였습니다. 마지막 생리는 2주전이고, 평소에 아랫배를 쥐어짜는 듯한 통증과 생리통으로 진통제를 먹어 왔다고 합니다.
복부 전체에 통증이 있고 아랫배로 내려올수록 통증이 더 심하였으며 약간의 빈혈이 있고,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 우측 골반에 10cm 크기, 격막이 있는 낭종이 보였습니다. 종양 표식자 CA125가 증가되고, 골반 초음파 검사 상 우측 난소의 10cm 크기의 낭종이 관찰되었습니다.
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였을 때 우측 난소의 자궁내막증으로 의심되어 복강경하 낭종 제거 수술을 하였습니다.
수술시 골반 복막 여러 군데에 크고 작은 적갈색의 병변이 보이며, 우측 난소에 10*6*5cm 크기의 매끈한 혹이 보였습니다. 난소 주위로 자궁, 직장을 둘러싼 유착이 있어 박리하던 중 검은 초콜릿 색깔 끈적한 액체가 나왔습니다. 향후 임신을 고려하여 난소를 살리기로 결정, 난소 낭종 제거술만 시행하고 나머지 자궁내막증 조직을 절제, 전기 소작하였습니다.
병리 검사 결과 자궁내막증이었습니다.
자궁내막종은 자궁내막 조직이 난소에 존재하여 생기는 혹으로 초콜릿을 녹인 듯한 검붉은 액체를 갖고 있습니다. 보통 골반 내 주위 조직과 유착이 흔하여 염전이 잘 일어나지 않는 대신 생리통, 성교통, 만성 골반통 등을 일으킵니다.
진행된 경우 혈액 검사에서 CA125 수치가 상승하는 것이 특징이며, 염증이 생기면 급성 통증을 유발합니다.
내진 및 초음파 검사로 진단이 가능하나 난소 기형종, 출혈성 낭종과 유사한 소견을 보이므로 감별이 필요합니다. 골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는 비용이 비싼 단점이 있으나 난소와 주변 구조물, 요관, 신경조직, 복벽에 생긴 병변까지 진단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통증과 불임의 원인이 되고 악성 종양으로 변할 수도 있어 수술로 제거해야 합니다. 또한 재발이 잘 되므로 수술 후에도 꾸준한 치료와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합니다. 관찰 기간은 대개 폐경 전까지로 오랜 기간 규칙적으로 진료하길 권합니다.